[김병권의 그린컬러] 총선에서 찌그러진 우리 사회 의제들 (김병권 연구위원)
2024-04-16
“우리가 하나의 아이디어와 협소한 비전에 고착해 있다면, 많은 경우에 이것은 선택지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그보다 의제 설정력과 사회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우리에게 부과했기 때문이다.”
저명한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의 얘기다. 그의 지적은 2024년 봄 총선이 있었던 한국 현실에 정확히 부합한다. 시민들이 살면서 느끼던 모든 고민과 고통의 사연들, 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이들이 숙고하고 토론했던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치적 공론장에서 경합하고 논쟁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공론장은 자신들이 적어낸 공약 내용조차도 유권자에게 자세히 설득하려는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주요 정당이 내걸었던 기후공약, 경제공약, 사회공약, 정치공약 어느 하나 유권자에게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사실 현장에서는 정책선거를 구현하기 위해, 특히 갈수록 엄중해지는 기후위기에 조금이라도 돌파구를 열자고 기후 유권자들이 집요하게 기후정치를 호소했다. 부분적으로 언론도 여기에 호응했으나 정치 공론장은 대체로 무시로 일관했다. 7월 같은 4월이 더는 낯설지 않고, 기후 안전 경계선이라는 1.5도는 이제 넘을 일만 남았어도 기후 의제가 정치 엘리트에게 절실한 과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