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전환연구소 28일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제대로 이행되고 있나’ 이슈브리프 공개
- 226곳에 청구했지만 돌아온 건 65곳뿐…한국환경공단 종합 검토 결과도 비공개
- “지자체 스스로 매긴 2025년 탄소중립 정책 이행률 74%, 뜯어보니 실제 달성은 40%”
- 외부 검증 없고 기준 역시 제각각 …기후부도 문제 인정, 대책은 2027년 2차 계획부터
- 박은옥 지역전환팀 연구원 “사업 추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만으로는 기초지자체 실제 감축성과 검증할 수 없어”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난 5월 말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기초지자체 65곳의 이행점검 결과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자체가 외부 검증 없이 스스로 매긴 공식 이행률은 평균 74.2%로 4곳 중 3곳 꼴로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탄소중립기본계획에 제시된 감축목표량과 실제 예상 감축효과를 직접 비교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65곳의 실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률은 중앙값 기준 40.2%에 그쳤다.
절반이 넘는 지자체가 목표치의 40%도 채우지 못했다는 뜻으로, 지자체 스스로 매긴 이행률과는 두 배 가까운 간극이다.
이러한 내용은 28일 녹색전환연구소가 발표한 이슈브리프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제대로 이행되고 있나’에 담겼다. 이번 발표는 지난 2월 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분석’의 후속 연구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국가 단위 계획은 2023년, 광역지자체는 2024년, 기초지자체는 지난해인 2025년 각각 1차 기본계획을 제출했다.
이번에 기후에너지부환경부에 제출된 이행점검 결과보고서는 기초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한 뒤 처음으로 실적을 점검한 첫 연차평가다. 광역 지방정부를 거쳐 주무부처인 기후부에 제출되고 국가 기후위기대응위원회(기후대응위)에서 심의·의결을 거친다. 실제로 226개 기초지자체는 모두 법정 절차에 따라 지난 5월 30일까지 2025년도 탄소중립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보고서를 광역 지방정부와 기후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연구소가 226곳 기초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분석 시점까지 자료를 내놓은 곳은 65곳에 불과했다. 지자체 대다수는 기후대응위 보고·심의가 끝난 뒤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기초지자체는 내부 검토를 이유로 공개 시점을 2026년 11월까지 미뤘다. 한국환경공단이 지자체들의 결과를 종합 검토한 보고서 역시 비공개 상태다.
고이지선 지역전환팀 팀장은 “분석 대상이 65곳에 그쳤다는 사실 자체가, 법정계획의 첫 이행평가 결과조차 시민에게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기초지자체 탄소중립 정책의 정보공개·시민검증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상추진’ 10건 중 9건, 근거 없음…기초지자체 탄기본 이행평가 자기 채점?
문제는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한 기초지자체 65곳의 탄소중립기본계획 이행점검 결과마저 엉망이었다는 것이다.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이행평가 체계 자체의 허점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65곳의 이행점검 결과보고서를 뜯어보니, 지자체별 공식 이행률은 33.3%에서 100%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이는 각 지자체가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이행 현황을 스스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계획에 담긴 사업마다 ▲달성 ▲정상추진 ▲지연 ▲미달성 ▲평가제외 가운데 하나로 판정했다. 목표치를 이미 채웠으면 ‘달성’, 아직 못 채웠지만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지자체가 판단하면 ‘정상추진’이다.
65개 지자체의 세부과제 3,964건 가운데 달성 1,770건(44.7%), 정상추진 708건(17.9%), 평가제외 612건(15.4%), 미달성 597건(15.1%), 지연 186건(4.7%) 순이었다. 평가를 하지 않고 누락한 미기재 역시 2.2%였다. 지자체는 이렇게 직접 매긴 분류를 그대로 광역정부와 기후부에 제출하며, 이를 외부에서 확인하는 절차는 없다.
사실상 자기 채점으로 기초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채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정상추진 판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공식 이행률을 계산할 때 ‘정상추진’은 ‘달성’과 똑같이 잘한 것으로 쳐주고, ‘평가제외’는 계산에서 아예 빼버린다.
그런데 65개 지자체에서 정상추진으로 분류된 708건 가운데 671건(94.8%)은 그렇게 판정한 근거가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판정 사유를 조금이라도 남긴 지자체는 65곳 중 3곳뿐이었다. 담당 부서의 자체 판단인지, 공정률이나 예산 집행률을 근거로 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
평가제외 적용 비율 역시 지자체별로 0%에서 59.2%까지 들쭉날쭉했다. 평가제외로 분류되면 이행률 계산에서 통째로 빠지기 때문에, 이 분류를 붙일수록 공식 이행률은 올라가는 구조다. 예산이 0원이거나 아예 기재되지 않았는데도 달성 또는 정상추진으로 판정된 과제도 646건(16.3%)에 달했다.
“1,000% 달성률이 만든 평균의 함정” 건물·수송 부문 감축목표 절반 미달
각 지자체가 기본계획에 제시한 2025년 부문별 감축목표량과 이행점검 보고서의 실제 예상 감축효과 역시 비교했다. 65개 기초지자체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률은 평균으로 계산하면 94.5%였지만, 중앙값으로 보면 40.2%에 그쳤다. 중앙값은 65개 지역을 달성률이 낮은 곳부터 높은 곳 순서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있는 지역의 값이다.
쉽게 말해 절반이 넘는 지역이 2025년 감축목표의 40.2%도 채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평균이 훨씬 높게 나온 이유는 일부 지역의 달성률이 수백에서 많게는 1,000% 이상으로 뛰면서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충남의 A시는 2025년 감축목표 달성률이 526.3%에 달했지만, 정작 수송 부문의 성과지표 이행률은 44.4%에 그쳤다. 특정 사업 하나에서 감축효과가 크게 잡히면 지역 전체 지표가 왜곡될 수 있다는 뜻이다. 65개 지역의 목표량과 예상 감축효과를 각각 합산해 계산한 달성률도 42.5%에 머물렀다. 2025년은 계획 첫해로, 지자체 다수가 연평균 감축률을 2.2%로 낮게 잡아둔 시기였는데도 이 정도다.
이는 226개 기초지자체 전체가 아니라, 정보공개청구로 자료를 받은 65곳에서만 나온 결과다. 전국을 대표하도록 뽑은 표본이 아니어서 전국 데이터로 그대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료를 공개한 곳만 살펴봐도 이 정도 격차가 나온 만큼,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161곳의 사정이 이보다 낫다고 볼 근거 역시 없다.
특히, 건물 부문은 감축목표량(약 444만 톤) 대비 실제 확인된 예상 감축효과(약 50만 톤)가 11.3%에 불과했다. 사업 자체는 상당수 추진됐다고 자체 보고됐지만, 계획했던 감축량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송 부문도 사정은 비슷했다. 65개 기초지자체의 수송 감축목표량은 약 194만 톤이었지만, 확인된 예상 감축효과는 약 68만 톤이었다. 합산 목표량 달성률은 35.2%에 그쳤다. 감축목표 달성률의 중앙값은 34.1%로, 39개 지역이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사업 추진 여부만 보여주는 성과지표 이행률은 평균 70.5%로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였지만, 실제 감축성과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번 분석에서 건물·수송 부문을 따로 들여다본 이유는 두 부문이 지방정부가 비교적 직접적인 관리 권한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폐기물·녹지 관리 등과 함께,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고 그 성과가 시민 생활에 곧바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예산과 감축효과 엇박자”…온실가스 1톤 줄이는 데 595만원 vs 87만원
부문별 예산과 감축효과를 톤당 비용으로도 환산했다. 예산 비중이 가장 큰 수송 부문(35.9%, 총 3조 8,993억 원)은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595만 원이 들어 여섯 개 부문 가운데 가장 비효율적이었다. 두 번째로 예산이 많은 건물 부문(20.4%, 9,447억 원)도 톤당 189만 원으로 평균보다 낮은 효율을 보였다. 반대로 예산 비중이 가장 작은 농축산 부문(8.9%, 1,955억 원)은 톤당 17만 원으로 가장 효율적이었다. 예산이 가장 많이 투입된 부문에서 예산 대비 효과는 가장 낮게 나타난 셈이다.
연구소는 이 격차가 부문별 정책 역량 차이라기보다 사업 구성과 산정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이나 조림처럼 사업 하나가 지역 전체 감축효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축산·흡수원 부문과 달리, 수송 부문은 전기차·수소차 보급처럼 차량 한 대당 감축효과는 작지만 단가는 높은 사업이 많다는 것이다. 단, 예산이 당해연도 예산인지 다년도 총사업비인지 구분되지 않는 문제는 동일했다. 감축효과 역시 지자체 자체 보고로 외부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이 비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태양광·지열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만 따로 집계하면 63개 지역에서 총 2,723억 원이 배정됐다. 전체 예산의 4.2%다. 톤당 비용은 87만 원으로 전체 평균(174만 원/톤)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만 이 예산은 건물·폐기물 부문에 집중됐고, 수송 부문에는 사실상 배정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가 주요 부문 가운데 가장 비용효율적인 감축수단이라는 뜻이다. 허나, 예산 비중은 4%대에 그쳐 수송·건물의 대규모 예산에 견줄 때 아직 정책적 우선순위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후부도 인정한 탄기본 자기 채점 문제…대책은 2027년 2차 기본계획부터?
앞서 기후부는 지난 7월 발표한 ‘지역사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실행 전략’에서 이같은 문제를 스스로 인정했다. 현행 탄소중립기본계획 이행점검 절차에는 별도 검증 과정이 없고, 지역별 감축원 단위도 일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산과 감축성과를 연결하는 점검체계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개선 방안은 2027년에 발표될 제2차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 적용하겠다는 것이 기후부의 입장이다. 이미 낮은 달성률과 예산 미확보가 드러난 현재의 1차 계획을 어떻게 바로잡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에 연구소는 이슈브리프를 통해 ▲243개 전국 모든 지자체 이행평가서, 한국환경공단 종합 검토 결과의 즉시 전수공개 ▲정상추진·지연·미달성·평가제외 판정 기준의 수치화 및 구체화 ▲모든 과제에 판정 근거, 연간 감축목표, 예산 집행 결과를 의무 기재하는 가이드라인 정비 ▲2차 기본계획 수립을 기다리지 말고 현재 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의 핵심사업·예산부터 즉시 재검토 등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슈브리프 저자인 박은옥 지역전환팀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226개 기초지자체 전체가 아니라, 정보공개청구로 자료를 받은 65곳에 국한된 결과”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들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경향성은 현재 탄소중립 이행평가 체계만으로는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업 추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만으로는 실제 감축성과를 검증할 수 없다”며 “정부는 감축성과를 중심으로 평가체계를 전면 개선하고, 예산과 사업, 감축효과를 연계해 책임 있게 관리·검증하는 이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슈브리프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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