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공동 입장문] 메가프로젝트, 화석연료 확대의 구실이 되어서는 안된다
2026-07-15

재생에너지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앞 세우기 전에, 메가프로젝트가 답해야 할 것들


정부가 지난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삼성전자와 SK 등이 4755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우리는 이 사업을 산업정책 자체에 대한 반대의 문제나, 특정 지역에 대한 찬반의 문제로 보지 않으며, 산업 경쟁력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취지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반드시 고려해 한다고 본다. 핵심 질문은 사업에 필요 하다는 그 막대한 전기를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다. 


규모는 국가 계획을 다시 쓰게 만들 수준이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6.3GW,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약 15GW가 필요하고, AI 데이터센터는 1단계 8.4GW에서 장기 18.4GW까지 확대되는 구상이 제시됐다. 서남권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만 합쳐도 2035년까지 추가 수요는 약 24.7GW다. 


그런데 이 수요가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수요를 국가 전력 정책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과잉 발전, 송전 설비가 건설되고 이후 좌초자산이 되어 그 비용이 전기요금을 통해 국민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 구속력 있는 확약, 즉 계약이나 재무약정이 뒷받침되는 수요만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5년 이후의 장기수요 는 2년 뒤에 설계되는 차기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다시 반영하면 된다. 


확정수요에 대해선 이 전기를 무엇으로 채울지가 관건인데, 화석연료가 들어설 문이 이미 열려 있어 우려를 낳는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에 대해 입지 여건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원전에 더해 “일부 화석연료 발전원”을 함께 활용하겠다고 명시했다. 국민보고회 현장에서 삼성전자 전영현 부회장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원전 확대와 PPA 활성화를 요청하며 LNG 열병합발전도 반드시 추진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업 당사 자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우리는 이 논리가 검증 없이 굳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반도체 팹은 옆에 놓인 태양광 패널에 직접 연결돼 돌아가는 시설이 아니라 전체 전력망에 연결돼 전기를 공급받는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자체의 불안정성이 아니라, 변동성이 있는 전원이 늘어나는 계통에서 대응 능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신규 가스발전 건설을 자동적인 해법으로 전제하기보다, ESS와 같은 유연성 자원확대, 수요관리, 계통보강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먼저 검토 해야 하는 이유다. 애초에 정부가 호남을 반도체 거점으로 택한 이유도 이 지역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였고, 대통령 역시 호남이 RE100이 가능한 입지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호남에서는 지역의 전력수요 부족으로 인해 생산되는 대부분의 전력이 수도권으로 송전된다. 수도권으로 가는 전력을 보내는 송전선이 포화되자, 도내에 32.8GW에 달하는 충분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2031년까지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산단과 같은 대규모 전력수요가 도내에 생긴다면, 호남에서는 송전 문제로 사실상 버려지는 잉여 재생에너지를 도내에서 십분 활용 가능하다. 호남 지역에선 재생에너지를 더 수용할 수 있게 되고, 도내 산단에서는 재생에너지 구매하여 RE100 인증받고, 실제로 재생에너지가 많이 믹스된 전력을 조달받을 수 있다. 


그 자리에 신규 LNG가 들어서면 계산이 달라진다. 국가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53~61%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이미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11차 전기본은 2038 년 LNG 발전설비를 69.2GW까지 확대하도록 설계돼 있어 감축 목표 달성에 심각한 우려를 낳는데, 여기에 LNG 발전 설비를 더 얹겠다면 목표를 버리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한 번 지어진 가스발전소는 20~30년을 가동해야 하는데, 이미 11차 전기본에서 확정된 설비조차 이용률이 10%내외에 불과한 상황에서, 추가 설비는 필요성도 근거도 없다. LNG는 현실적 대안이 아니라 엄격히 제한해야 할 과도기 자원이다. 대규모 열병합이 계 통 용량을 선점하고 높은 이용률로 장기간 운영된다면, 그것은 보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의 충돌이다.


우려는 가스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COP30에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해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 포함된 AI 데이터센터 입지는 이런 선언이 공언이 될 우려를 낳는다. GS가 총 2.4GW 규모로 짓겠 다는 동해 데이터센터 인근에는 계열사 GS동해전력의 1.19GW급 석탄화력이 있다. SK가 검토 중인 강릉 1GW급 데이터센터 부지 인근에도 강릉안인화력이 있다. 이들 동해안 민자 석탄발전소는 송전 제약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용률이 13~25%에 불과한 사실상 좌초 위기 설비다. 그런데 인근에 대형 수요처인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이 설비들은 퇴출을 늦출 구실을 얻게 된다. 석탄 발전에 기반한 데이터센터는 RE100 이행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AI인프라 운영을 추구하는 글로벌 테크 기업의 외면을 받아 좌초 자산으로 함께 전락할 우려도 높다.


이 모든 내용과 관련된 결정은 곧 실무안이 공개 예정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다. 12차 전기본은 지난 4월 2040년 최대전력을 131.8~138.2GW로 잠정 전망했으나 이는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전 수치이며, 기후부는 수요전망 재산정에 착수했다. 실무안 공개가 임박한 지금이 분수령이다. 부풀려진 수요가 전기본에 반영되면, 그것은 계획이 아니라 화석연료 확대 청구서가 된다. 


우리는 정부에 요구한다.


첫째,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구속력 있는 확약이 뒷받침된 확정수요만을 반영하라. 불확실한 수요를 근거로 과잉 발전·송전설비를 계획하면, 그 비용은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둘째, 메가프로젝트를 LNG를 포함한 기저발전원 확대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대규모 전력수요의 등장은 화석연료를 늘릴 근거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시스템 개혁을 앞당길 계기여야 한다.


셋째, 메가프로젝트 전력 조달 계획을 재생에너지와 ESS 등 유연성 자원 중심으로 수립 하라. 신규 가스발전 건설, 석탄발전 활용을 자동적인 해법으로 전제하지 말고, 계통보강· 수요관리·유연성 자원 확충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넷째, 용인 국가산단에 대한 전력과 용수 공급 방안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완공 일정을 7 년 앞당기려는 계획은 재고되어야 한다. 특히 LNG발전 등 화석연료 설비 확충으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려는 방향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대규모 전력수요의 등장 역시 국가가 법에 따라 국민에게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범위 안에서 추진되어야 하고, 화석연료를 늘릴 명분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시스템 개혁을 함께 앞당길 계기로 작동해야 한다. 산업의 미래를 여는 계획이 기후 목 표를 닫는 계획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둘은 상충하는 게 아니 라 함께 가야 하는 목표다.


2026.7.15.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후원하기 이동버튼
최상단 이동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