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시한인 2030년까지 임기를 채울 민선 9기가 출범했으나, 지방 기후 거버넌스는 예산도 조직 구조도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초 탄소중립 지원센터의 연간 예산은 평균 2억 원에 불과하고, 기후·탄소 전담부서를 갖춘 전체 지자체는 243곳 중 13곳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민선 9기 지역 기후 거버넌스 개편 제안’ 이슈브리프를 6일 발표했다.
기초 탄소중립 지원센터 연간 예산 평균 2억 원…빈 건물 유지비에도 못 미쳐
2026년 6월 30일 기준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모두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이하 기후대응위)와 탄소중립 지원센터 역시 형식상 마련된 상태다. 그러나 올해 연구소의 분석 결과, 기초지자체 기본계획의 38.5%가 가장 낮은 D등급에 머물렀다. 2030년 평균 감축목표는 25.3%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환산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민 3명 중 1명만이 본인이 거주하는 지자체의 기후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외형은 갖췄지만 내용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인 것이다. 연구소는 이슈브리프에서 그 원인을 예산과 구조 두 가지로 압축했다.
먼저 예산부터 보자. 지역 탄소중립 지원센터의 연간 운영비는 국비·지방비 합산 평균 2억 원에 불과하다. 광역 탄소중립 지원센터 예산(국비·지방비 합산)은 경기도가 9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제주 7억 원 ▲광주 4억 6000만 원 순이며 나머지 14곳은 4억 원으로 동일했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탄소중립 지원센터를 설치한 곳은 42곳에 그쳤다. 이중 충남 당진시가 2억 8,200만 원으로 예산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용인시 2억 6,800만 원 ▲서울 노원구 2억 2,400만 원 순이었다. 예산이 가장 적은 곳은 경기 과천시 7,400만 원, 경기 의정부시 1,000만 원으로 지자체 간 편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현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은 기본계획 수립 지원부터 온실가스 통계 관리, 주민 참여 조직, 에너지 전환 모델 개발까지 탄소중립 정책 전 과정을 지원센터가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평균 예산 2억 원으로는 5~6명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렵다. 실제로 부산 탄소중립 지원센터는 센터장 포함 3명 인건비도 빠듯해 결국 연구원에 연구를 위탁한 바 있다. 경기도 역시 도내 31개 시·군에 참여 공문을 보냈을 때 응한 곳은 5곳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중간지원조직과 나란히 놓으면 예산 격차가 더 선명해진다. 예를 들어 전북도가 새만금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유지에 올해 편성한 예산은 2억 6,000만 원이며, 이 중 예초·조경 관리에만 8,500만 원이 들어간다. 건물 하나를 유지하는 비용이 지역 기후정책 최전선 조직 하나의 연간 예산을 웃도는 셈이다.
이밖에도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약 29억 원), 서울 사회적경제지원센터(약 20억 원) 등 유사 중간지원조직과 비교하면 탄소중립 지원센터는 업무 범위는 가장 넓으면서도 예산은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기후·탄소 전담부서 13곳뿐…위원회 설치 의무 아냐
거버넌스 구조 역시 미흡하다. ‘기후·탄소’를 전담부서 이름을 내건 곳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3곳뿐이다. 나머지는 폐기물·위생 업무와 같은 부서에서 기후대응 관련 행정을 처리한다. ‘행정복지국’, ‘도시건설국’ 같은 비환경 부서에 기후 담당자가 배치된 곳도 66곳에 달한다. 과장급에서는 ‘기후+환경+위생’처럼 쓰레기·청소 행정까지 한 부서가 맡는 곳이 36곳이었다. 탄소중립 업무만 단독으로 다루는 부서는 전국 20곳에 그쳤다.
이는 단순히 부서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조정 권위와 자원 집중이 구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대응 업무가 폐기물·위생 등과 한 부서에 묶인 상태에서 담당자 1~2명이 배출 비중이 가장 큰 건축·교통·산업 부서를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탄소중립 주무과와 환경정책 주무과가 분리돼 있지 않으면 기후대응 목표는 환경 일반 업무에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후대응위 구조도 마찬가지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 제22조는 지방 기후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무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기초지자체 19곳은 별도 위원회가 없거나 환경위원회가 대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마포구다. 마포구는 별도 기후대응위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마포구 환경 기본조례'상 환경위원회가 탄소중립기본조례상 심의·의결 사항을 대신 처리한다. 이 환경위원회는 연 1~2회 개최되며, 그나마 거의 모든 안건이 ‘환경상 수상자 선정’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서울 노원구의 경우 탄소중립국 산하에 탄소중립도시과를 두고 에너지관리팀, 자전거도시팀, 녹색건축지원센터를 감축수단별로 배치했다. 각 팀의 목표가 ‘환경 일반’이 아니라 ‘건물 부문 감축’과 ‘수송 부문 감축’으로 명확해지는 구조다. 이슈브리프는 이처럼 감축수단별로 부서를 구성할 때 책임주체가 분명해지고 행정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위원회를 설치한 곳도 위원장의 70% 이상이 단체장이 아닌 부단체장급이어서 부서를 가로지르는 실질적 정책 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발표만으로 현장 안 바뀌어”…법령 개정·예산 확충·기후부단체장 도입 촉구
이재명 정부가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 관련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지방 거버넌스의 기초 체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연구소는 정책 발표만으로는 현장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민선 9기 임기 중 지역에서 실질적인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30년 NDC는 물론 2050년 탄소중립 경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연구소는 경고했다.
이에 연구소는 크게 세 가지를 제언했다.
첫째,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탄소중립 지원센터·기후대응위 설치를 현행 임의규정에서 의무규정으로 전환하고, 기초 지원센터 예산을 두 배 이상 확충해야 한다. 운영 주체도 대학·연구기관 중심에서 벗어나 기초 단위에서는 지역 민간단체를 우선 지정하도록 운영지침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운영 주체의 70% 이상이 대학·연구기관에 쏠려 있어 사업이 조사·연구 중심으로 편중되고, 주민 참여와 시민사회 매개 기능은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둘째, 기후위기 대응을 전문으로 다루는 실·국(·본부)장급 기후 전담부서 설치를 법령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 기후대응 업무가 비전문 부서의 수많은 담당업무 중 하나로 되어있다. 재난안전 부서를 광역지자체에 의무 설치하도록 규정한 입법례처럼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고려해 같은 방식으로 법령에 못 박을 필요가 있다.
셋째, 광역지자체에 정무부단체장 1명을 추가해 기후부단체장으로 배치하고, 기후위기 대응·환경정책·주요 배출원 사업부서를 총괄하게 하는 방안이다. 기후 전담부서가 생겨도 다른 부서 정책을 끌어당길 조정 권위가 없으면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판단에서다.
이슈브리프 저자인 김민석 기후시민팀 연구원은 “2025년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등 중앙정부 거버넌스 재편의 해였다”며 “2026년은 지방정부 기후 거버넌스 재편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후대응이 지방정부 행정의 대원칙으로 격상되어야 하고, 시민이 의사결정의 주체로 올라서야 한다”며 “기후 주류화와 협력적 거버넌스란 두 원칙이 충족돼야 성공적인 기후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미비한 기후 거버넌스를 방치할 경우 4년 뒤에 남는 것은 낙제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슈브리프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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