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전환연구소 10일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분기점에 선 K-GX’ 토론회 개최
- 녹색성장에서 K-GX까지 20년, 관성 끊고 통합 전환 설계해야
-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재생에너지 무기화 경고 속 녹색산업 경쟁력 ‘골든타임’ 촉구
- K-GX, 브랜드 아닌 국가 전체 전환전략으로 재정의해야
정부가 오는 7월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관련 논의가 신성장동력 확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의 패러다임이 기존 ‘수입원 다변화’에서 ‘재생에너지를 통한 자립과 청정기술 공급망 확보’로 이동하고 있음에도, K-GX 전략 논의가 기존 관료주의 관성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지적은 기후정책 싱크탱크 녹색전환연구소가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개최한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분기점에 선 K-GX’ 토론회에서 나왔다.
녹색성장에서 K-GX까지 20년, 관성 끊고 통합 전환 설계가 필요
첫 발제자로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6년 중동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위기를 비교했다. 그는 한국이 반복되는 충격 앞에서 구조적 대응에 실패해왔다고 진단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한국의 석유 의존도가 1995년 60.3%에서 2024년 37.6%로 낮아지긴 했지만, 2016년 이후 10년째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 역시 여전히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와 유류세 인하 정책의 한계도 함께 지적됐다. 한국가스공사가 대표 사례로 언급됐다. 2021년 2조 9,000억 원이던 가스공사 미수금은 2023년 15조 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5년 말에는 14조 1,000억 원으로 소폭 줄기는 했으나, 구조적 해법 없이 누적되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 유류세 인하 역시 ‘서민 지원’으로 포장되지만, 2018년 인하 당시 소득 1분위 가구의 혜택은 1만 5,000원에 그친 반면 10분위 가구는 15만 8,000원의 혜택을 받은 역진적 구조다.
이 가운데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정책의 한계도 지적됐다. 에너지 바우처 발급률은 매년 90% 이상이지만 미사용률은 2021년 17.1%에서 2023년 38.6%로 꾸준히 늘고 있다. 노인·장애인 가구의 미사용률은 74.7%에 달한다.
에너지 수요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가격 억제와 유류세 인하 확대 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단기적 요금 지원 정책에서 단열·주거 지원 등 중장기 대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의 앞선 국가일수록 이번 에너지 위기에서 전기요금 폭등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전력산업 공공성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는 단순 효율화를 넘어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전환의 주체’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어 해외 자본이 잇따라 철수하는 해상풍력 사업에 공공 부문이 적극 진출하는 방안과 공공 재원 확보 계획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른 발제자로 나선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역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부터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이재명 정부의 K-GX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의 녹색전환 정책이 ‘단선적이고 관성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한국 녹색전환 정책의 공통된 한계로 소수 전략 부문을 통한 경제성장 중심 접근, 화석연료 경제를 재생에너지로 일대일 대체하는 방식, 탄소중립 목표를 기성 경제 패러다임에 수량적으로 끼워 맞추려는 시도, 그리고 생태계와 사회의 불균형 등 외부효과를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구조를 꼽았다.
그는 한국 녹색전환 정책의 공통된 한계로 경제성장 중심의 단선적 접근,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단순 대체하는 방식, 탄소중립 목표를 기성 경제 패러다임에 수량적으로 끼워 맞추는 시도를 지적했다. 기후위기는 에너지·산업·복지·지역을 가로질러 연결된 복합 문제임에도, 각 영역을 분절적으로 다루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기존 탄소중립기본계획·에너지기본계획·국토종합계획 등을 연계·통합한 5개년 단위 ‘탈탄소 국가 전환 계획’ 수립, 기후시민의회에 국가 계획 심의·비토권 부여, 국가전환전략위원회와 기후 및 인프라 전환 기금 설립 등을 구체적인 제도 방안으로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무기화 가능성…한국 녹색산업 경쟁력 지금 빨리 키워야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녹색산업 경쟁 구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녹색산업 전략 수립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위기는 글로벌 녹색산업 경쟁을 급격히 재편하고 있다. 에너지 충격을 계기로 태양광, 전기자동차, 히트펌프 등 탈탄소 제품의 수요가 전반적으로 폭증했다. 이는 녹색 제조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갖춘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중국의 주요 녹색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1.4%를 차지하며 성장률의 3분의 1을 기여할 정도로 성장했다.
김병권 소장은 아직 중국 등 주요국이 ‘재생에너지 무기화’를 시도한 적은 없지만, 에너지 전환 경로에서 이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의 현실은 엄중하다. 김병권 소장은 한국 경제가 인공지능(AI)·반도체라는 단일 성장동력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동안, 녹색산업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태양광 셀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2019년 50%에서 2024년 4%로 추락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2020년 23.5%에서 2025년 15.4%로 하락했다. 이를 두고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수출을 위해 반도체에, 반도체를 위해 미국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위험한 삼중 베팅’을 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김병권 소장은 한국에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한 시장의 점유율은 여전히 36.3%에 달한다. 풍력 분야 부품을 주로 다루는 국내 기업들도 성장하고 있으며, 삼성·LG는 히트펌프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핵심 녹색기술 수출 경쟁력에서 한국은 여전히 세계 5~7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김병권 소장은 향후 발표될 K-GX 전략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녹색산업 육성 ▲재생에너지 전환 ▲도시 전환 ▲라이프스타일 전환이라는 네 기둥을 고루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가장 취약한 녹색산업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녹색산업 기반 확충, 국내산 우대(Buy Korea) 정책, 그리고 유럽·북미 기술과 동남아시아 제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권 소장은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 녹색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너지 위기 아닌 전환 ‘지연’ 위기…K-GX 국가 전체 전환전략 나아가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 대응의 구조적 한계와 전환 전략의 방향을 놓고 다각도로 논의했다.
고재경 전 경기연구원 박사는 이번 위기의 본질이 ‘에너지 가격 위기’가 아닌 ‘전환 지연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유류세 인하와 가격 억제로 반복 대응해온 관성이 오히려 화석연료 의존을 고착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공급 목표(GW)만큼 계통 유연성과 수요관리 목표도 함께 설정돼야 하며, K-GX가 단순한 녹색성장 브랜드가 아니라 에너지·산업·사회를 아우르는 국가 전환전략으로 재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세 발제가 공유하는 문제의식, 즉 현재의 위기가 기후·지정학·산업구조가 중첩된 복합 위기라는 인식에 동의하면서도, 녹색전환이 산업전환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환의 비용과 편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지역과 노동자가 전환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가 함께 논의돼야 하며, 경제민주화·재분배·지역 균형발전은 역시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탄소차액계약제도 등 K-GX의 핵심 수단들이 다배출 기업에 대한 보조금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후재원이 산업계에 집중되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어떤 성장을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중심으로 탈성장과 그린뉴딜을 담은 구체적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를 ‘기후정책 실행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K-GX 전략 발표를 예고했다. 당초 6월 말로 잡혔던 발표 일정은 거듭 미뤄져 현재 하반기로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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