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논평]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부진 확인하고도 2027년 예산안은 제자리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응답해야”
2026-10-01

- 건물 부문 감축목표 달성률 66.5%로 주요 부문 중 가장 낮아… 2027년 민간 그린리모델링 지원 예산은 오히려 20% 줄어
- 건물 부문 집행예산은 전체의 17.3%에 그쳐… 미달성·지연 과제의 32.8%는 인력·예산 부족 때문
- 기초지자체 절반 넘는 ‘도시집중형’ 117곳 목표 달성률 77.9%, 건물 부문 부진 주요 원인
- 점검 결과가 제도 개선·국비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아… 기후부·국토부 등 중앙부처 제도 정비 및 재정 지원 강화 필요
- ▲부문별 예산 공개 ▲건물 효율개선과 재생에너지 사업 분리 관리 ▲226개 시·군·구 결과 통합 공개 촉구
- 이행평가 결과 공개 시기·항목·서식 통일해 시민이 지역별로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녹색전환연구소가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입수한 ‘제1차 시·군·구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2025년도 추진상황 점검 결과 종합보고’(이하 종합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역 탄소중립 정책에서 가장 약한 분야가 건물 부문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그러나 정부의 2027년 예산안에는 이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행점검을 하고도 그 결과가 정책과 예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6개 시·군·구의 건물 부문 2025년 예상 감축량은 713만 7,000톤으로, 당초 목표의 66.5%에 그쳤다. 수송(90.5%), 농축수산(124.2%), 폐기물(108.6%)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건물은 일부 대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기초지자체의 절반이 넘는 117곳(52%)이 건물·수송 부문 배출 비중이 높은 ‘도시집중형’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의 2025년 감축목표 달성률은 77.9%로 다른 유형보다 낮았다. 보고서도 건물 부문의 낮은 감축실적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가구가 나뉘고 1인 가구가 늘며 냉난방과 가전 사용이 개별화되면, 건물 에너지 소비는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줄지 않을 수 있다.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없다면 건물 부문은 앞으로도 지역 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르는 분야로 남을 것이다.

원인은 예산 부족이다. 2025년 건물 부문 집행예산은 2조 3,228억 원으로, 전체 감축대책 집행예산의 17.3%에 불과했다. 수송 부문에는 57.8%가 투입된 것과 비교가 된다. 예산 부족이 사업을 늦춘 원인이라는 점도 이미 드러났다. 전체 미달성·지연 과제 2,031건 가운데 32.8%가 인력·예산 문제였다. 건물 부문도 706건 중 211건(29.9%)이 같은 이유였다.

종합 보고서는 국비·지방비 확보의 어려움, 국고보조사업 축소, 사업단가 상승을 주요 지연 원인으로 들었다. 지방정부 감축대책 집행예산의 34.3%는 국비다. 지방정부가 자체 재정만으로 대규모 감축사업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느냐가 지역 사업의 추진 여부를 사실상 결정한다.

그렇다면 2027년 예산에는 기존 건축물 에너지효율 개선과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국비 지원을 크게 늘리는 방향이 담겼어야 했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정부 예산안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2.0’ 예산은 2,012억 원에서 2,110억 원으로 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부 내역을 보면 ‘에너지다소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사업은 324억 원에서 723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일반 공공건축물 저탄소·기후적응 지원’은 1,688억 원에서 1,387억 원으로 17.8% 줄었다. 민간건축물 쪽은 더 심각하다. 올해 다시 시작된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 예산은 101억 원에서 80억7,500만 원으로 20% 깎였다. 그린리모델링 활성화 사업 전체도 135억 원에서 115억 원으로 15% 줄었다.

새로운 대규모 지원수단도 보이지 않는다. 기존건축물 에너지성능 개선 지원은 4억 원, 민간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컨설팅은 30억 원 수준이다. 건물 부문의 낮은 이행률과 재정 부족이 확인됐는데도, 이를 보완할 정책수단은 사실상 강화되지 않은 것이다.

건물 부문은 지방정부의 노력만으로 풀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건물 에너지·온실가스 총량관리, 기존건축물 성능기준, 그린리모델링 금융지원, 건물 에너지정보 관리와 수요관리는 중앙정부가 제도와 재정지원 체계를 먼저 설계해야 지방정부가 실제 사업으로 옮길 수 있다.

기후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이행점검, 재정지원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성능기준과 그린리모델링 제도를 구체화해야 한다. 이렇게 지역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먼저 마련돼야 지방정부가 지역의 건축물 특성과 재정 여건에 맞춰 사업을 넓혀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정부의 계획과 실적을 점검하면서도, 그 결과가 중앙정부의 제도 신설이나 예산 확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없다. 2027년 예산서에는 건물부문 에너지 소비 총량제 시행과 기존건축물 에너지성능 개선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를 전국 지방정부의 핵심 감축수단으로 확산할 만한 재정 규모와 실행체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건물 부문의 낮은 실적과 예산 부족이 확인된 이상, 지방정부에 이행을 요구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린리모델링, 건물 에너지 총량관리, 수요관리, 효율 개선에 대한 중앙정부의 제도와 재정 수단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 이행평가는 지방정부의 이행률뿐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역의 이행을 위해 무엇을 마련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이행평가 방식도 바꿔야 한다. 첫째, 부문별 예산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 종합 보고서는 전체 감축대책의 계획예산 17조 2,635억 원과 집행예산 13조 3,965억 원을 제시해 전체 집행률(77.6%)만 보여준다. 건물·수송·폐기물 등 부문별로 얼마를 계획하고 얼마를 썼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예산 부족이 목표 미달성과 어떤 관계인지 확인하려면 부문별 계획예산·집행예산·집행률을 공개해야 한다. 국비·지방비 구성과 계획했던 국비가 실제로 얼마나 확보됐는지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둘째, 건물 부문의 분류를 정리해야 한다. 현재 건물 부문에는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뿐 아니라 태양광·태양열·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460개가 함께 들어 있고, 이 사업들의 예상감축량만 216만 7,000톤에 이른다.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그린리모델링·효율개선과 건물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정책수단도 재정구조도 다르다. 둘을 한데 묶으면 기존 건축물의 효율 개선이 실제로 얼마나 이뤄졌는지 알 수 없다. 건물 수요관리와 재생에너지 생산은 나눠서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셋째, 지역별 결과 공개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 지금은 기초지자체별 이행평가 결과를 공개할지, 언제 어떻게 공개할지를 각 지자체가 정한다. 이미 홈페이지에 공개한 곳이 있는가 하면 11월까지 미루는 곳도 있고, 공개 위치와 자료 형식도 제각각이다. 그래서 시민이 우리 지역의 탄소중립 정책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거나 다른 지역과 비교하기가 어렵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은 정부에 보고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이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이 감축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어떤 사업이 잘되고 어떤 사업이 늦어지는지, 예산은 계획대로 쓰였는지,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어느 수준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공개 시기와 항목, 서식을 통일하고, 226개 시·군·구의 결과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공개 항목에는 기초지자체별·부문별 목표와 감축실적, 계획예산과 실제 집행액, 집행률, 국비·지방비 구성, 주요 미달성 사업과 그 사유가 같은 기준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행평가 결과가 이듬해 제도 개선과 국비 지원, 예산 편성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함께 밝혀야 한다. 그래야 탄소중립 이행평가가 행정 내부의 점검에 머물지 않고, 시민이 자기 지역의 탄소중립 정책을 체감하고 평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끝>

논평 보러 가기(링크 클릭)

최상단 이동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