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을 공격했다. 이란은 보복 차원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유가가 열흘 만에 85% 폭등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충격이 1970년대 석유 위기와 2022년 천연가스 위기를 "모두 합친 것"에 맞먹는다고 진단했다.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성장률 하락·물가 상승·원화 약세의 삼중고가 예견되는 최대 피해국 중 하나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 에너지 위기의 근본적 해법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전기차 보급과 재생에너지 전력망 확충을 앞서 추진한 중국이 한국·일본에 비해 훨씬 적은 경제적 충격을 받은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햇빛에 가격 급등은 없으며, 바람에 대한 금수 조치도 없다"는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후 대응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실효 전략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지만, 국토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늘어난다고 곧장 화석연료와 결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유는 단순한 발전 연료가 아니라 건물 난방과 수송의 근간을 이루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건물 에너지 소비에서 도시가스와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40%를 넘고, 수송 부문은 최종 에너지의 66%를 석유에 의존한다. 건물과 교통 시스템의 연료 기반을 바꾸는 구조적 개혁 없이는, 재생에너지가 아무리 늘어도 시민의 일상적인 이동과 난방은 여전히 화석연료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건물 부문: 유럽의 경험과 한국의 과제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유럽은 건물 부문에 세 방향으로 대응했다. 독일·이탈리아 등은 난방 온도 제한과 에너지 소비 의무 감축으로 3년간 가스 소비를 17% 줄였다. 동시에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대상으로 긴급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했다.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보일러 퇴출 기한(2040년)을 법제화하고, 히트펌프 보조금을 대폭 확대해 2022년 한 해에만 유럽 전체에 280만 대의 히트펌프가 설치됐다. 한국에는 ▲제로에너지빌딩(ZEB) 제도 사후관리 강화 및 에너지 절약 의무화 ▲도시가스 요금의 원가·탄소세 기반 개편 ▲그린리모델링 정책 강화 ▲태양광·히트펌프·ESS 결합 전환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
교통 부문: 세계 각국의 대응과 한국의 과제
독일의 9유로 티켓은 3개월간 5,200만 장이 팔리며 대중교통 이용을 25% 늘리고, 이산화탄소 180만 톤을 절감했다. 이후 월 49유로 도이칠란트 티켓이라는 상시 정책으로 이어졌다. 스페인은 중거리 열차를 약 3년간 무료 운행했고, 2026년 이란 전쟁 이후 호주·파키스탄도 긴급 대중교통 무료화를 시행했다. 필리핀·파키스탄 등은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해 출퇴근 수요 자체를 줄였다. 한국은 현재 차량 부제와 K-패스 환급 확대를 시행 중이나, 보다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비수도권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과 요금 인하 병행 ▲강력한 차량 통행 억제와 혼잡통행료 확대 ▲자전거 교통 법제화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법제화가 핵심 과제다.
결론
지금의 에너지 위기는 화석연료 의존 체제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사건이다. 임시방편적 유류세 인하에 머무르는 대신, 건물과 교통 시스템의 구조적 대전환을 시작할 때다. 2050년 한국의 탄소중립 달성 여부는 바로 지금 이 위기 속에서 내리는 선택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