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이란 전쟁은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기후위기가 결합된 ‘구조적 위기’를 드러냈다. 화석연료 의존이 여전히 전쟁 수행과 경제 안정의 핵심 변수로 작동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전기화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높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는 녹색 전환이 곧 산업 경쟁력과 안보 역량으로 직결되는 시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유럽과 중국은 각각 산업정책을 재편하며 녹색 제조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산업가속화법(IAA)’ 초안을 보면 알 수 있다. EU는 기후대응을 넘어 경제 안보와 제조 경쟁력 회복을 결합한 산업 전략으로 전환하고, 공공조달·투자 규제·지역 지정 등을 활용해 저탄소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 역시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전통 제조업과 첨단 산업을 동시에 강화하면서, 탄소배출 정점 이후 본격 감축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산업 전반의 저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산업 질서는 ‘녹색 제조 경쟁’이라는 새로운 패권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산업·안보·기술 전략이 결합된 복합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높은 제조업 비중과 에너지 집약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이번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는 이를 뒷받침할 탄소중립 산업정책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