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1.5도 살기, 혼자서 어렵다면? 기후도시에서 함께 줄여야!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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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를 챙기고, 가까운 거리는 되도록 걷고, 고기 반찬을 조금 줄여 봅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나 혼자 이렇게 해서 달라질까?’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일까?’


녹색전환연구소가 제작한 ‘1.5℃ 라이프스타일 계산기(이하 1.5도 계산기)’는 바로 이 노력을 숫자로 가늠해 보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1.5도 계산기는 숫자를 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워크숍도 진행합니다.


이른바 ‘1.5도 라이프스타일 살기(이하 1.5도 살기)’ 워크숍입니다. 여기서는 1.5도 살기를 위한 기준을 정해 직접 실천해 보며 노력의 효과를 수치화하고,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줄이기 어려운 구조적인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봅니다.


1.5도 살기는 서울·대구·수원 등에서 5차례 이상 열렸습니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교육을 받고 실천하며 대안적 삶을 모색했습니다. 2026년에도 대구·수원·원주 등의 지역에서 1.5도 살기 프로그램이 진행됐습니다.


1.5도 라이프스타일이란? “내 삶 전체의 배출량을 보는 방식”

1.5도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요. 연구소는 이 라이프스타일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한 사람이 일상에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정해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살아 보는 생활 방식으로 정의합니다.


텀블러나 분리배출처럼 하나씩 따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교통·주거·소비·여가까지 삶 전체의 배출량을 한꺼번에 본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를 위해 연구소가 제안하는 2030년 목표는 1인당 연간 약 6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얼마나 쓰고 있을까요? 연구소가 발간한 ‘1.5°C 라이프스타일 1년의 기록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한 사람이 일상에서 내보내는 탄소는 평균 연간 약 9.5톤으로 집계됐습니다. 2030년 목표인 6톤보다 3톤 넘게 많습니다. 영역별로는 주거가 약 3톤으로 가장 크고, 소비와 교통이 각각 2톤 안팎, 먹거리가 약 1.5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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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시민 1인당 생활영역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한국은 5개국 중 가장 많은 약 9.5톤이다. ⓒ녹색전환연구소

1.5도 라이프스타일 실천해 보니…선택지가 있는 곳만 줄였다

참가자들은 외식·육식·배달 줄이기, 충동구매 하지 않기, 대중교통과 공공자전거 이용 같은 방법을 썼습니다. 그런데도 노력해도 배출량이 줄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4주간 탄소일기를 끝까지 쓴 한 참가자의 배출량은 연간 환산 배출량이 9.7톤에서 오히려 10.6톤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동과 먹거리 배출을 줄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 달을 마치며 이렇게 남겼습니다.


“개인의 노력으로는 배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그것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었음.”


물론 참가자 대부분은 배출량이 줄었습니다. 2024년 한겨레21과 함께한 첫 실험의 경우, 4주간 기록을 끝까지 마친 23명은 연간 환산 평균 8.4톤에서 6.9톤으로 줄였습니다. 그중 9명은 목표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영역별로 보면 줄어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뚜렷하게 갈렸습니다.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은 먹거리였습니다. 먹거리는 2.5톤에서 1.7톤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교통은 1.3톤에서 1.2톤으로 소폭 감소에 그쳤고 주거는 1.4톤 그대로였습니다.


다른 영역이 줄어든 만큼 전체에서 주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에서 20%로 커졌습니다. 오늘 먹을 메뉴를 바꾸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당장 전기자동차로 바꾸거나 난방 에너지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혼자 하다 막히는 이유 5가지, 교통·먹거리·주거·소비·시간

정리하면, 개인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은 줄었고, 선택지 자체가 없는 곳은 그대로였다는 이야기입니다. 1.5도 살기 참가자들이 주로 꼽은 장벽은 크게 5가지였습니다.


① 교통|선택지가 없다.

대중교통 노선이 불편하거나 자전거·보행길이 없어서 승용차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달 살기에 참여했던 50대 여성 농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북) 상주는 시내버스가 없어요. 시내버스 노선 자체가 없어요. 자가용을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② 먹거리|메뉴를 고를 수 없다.

먹거리는 줄일 수 있었지만, 고를 수 있는 메뉴가 없는 자리가 많았습니다. 한 달 살기 참가자인 50대 남성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밖에 나가면 70~80%까지 육식 메뉴에요. 직장 근처에서 밥을 먹는다면 비빔밥, 국수, 쌈밥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육식 메뉴에요.”


③ 주거|바꿀 수 없다.

한 달 안에 주택의 단열을 높이거나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산기 데이터에서 배출 비중이 가장 큰 영역이 주거라는 점에서 더 아쉬운 대목입니다.


④ 소비|안 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수선·수리점이 근처에 없으면 소비를 줄일 방법은 ‘덜 사기’뿐이었습니다. 탄소배출량을 인증한 제품은 2024년 기준 2,450개로, 시민이 일상에서 접하는 품목은 아주 일부입니다.


⑤ 시간|여유가 없다.

시간이 없으면 집밥도 쉽지 않았습니다. 40대 여성 직장인인 한 달 살기 참가자는 “밥 해 먹을 시간이 없어서 꾸러미가 오면 반은 버리는 거예요”라며 “그냥 외식하는 게 가격 대비 더 싼 거 아닌가 싶어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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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대구에서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 워크숍이 진행 중이다. ⓒ녹색전환연구소

5가지 난관, ‘기후도시’에서는 이렇게 달라진다

앞서 소개된 사례들의 공통점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도시의 구조에서 나오는 문제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도시의 구조·제도가 뒷받침됐다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연구소는 한 달 살기 참가자들의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몇 가지 가정을 세워 이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한 참가자는 매일 자가용으로 34km를 출퇴근했습니다. 전기 통근버스가 있었다면 하루 배출량이 1만 8,181g에서 1만 5,985g으로 줄어 일일 목표(1만 6,164g) 아래로 내려가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기숙형 대안학교에 다니는 10대 참가자는 일주일에 3번 채식 급식을 고를 수 있다면 하루 배출량이 1만 6,598g에서 1만 4,787g으로 낮출 여지가 있었습니다. 한 농민은 5km 떨어진 면사무소에 한 번에 갈 대중교통이 없어 소형 내연기관차를 타야 했습니다. 만약 수요응답형 전기버스가 생기면 교통 배출을 크게 줄였을 것으로 계산됩니다.


이 모두 개인이 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통근버스와 학교 급식, 마을 버스는 지역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런 장면이 한두 곳에 그치지 않으려면 도시 전체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기후도시는 온실가스도 줄이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제안합니다. 앞서 본 5가지 난관을 이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가능합니다.


① 교통|노선이 없어도 갈 수 있는 도시

대중교통을 공공서비스로 강화하고, 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생활권 접근성을 높입니다. 도로와 주차장 중심으로 쓰이던 공간도 다시 나눕니다.


② 먹거리|매일 먹는 급식이 지역을 바꾸는 도시

연구소가 지방선거 기후정책 캠페인에서 제안한 대로, 학교·어린이집·복지시설 급식에 지역 농산물을 늘리고 로컬푸드 유통망을 넓힙니다. 유통 단계가 줄면 탄소도, 농가의 부담도 줄어듭니다.


③ 주거|줄줄 새는 난방비 대신 집 수리를 지원하는 도시

단열·창호·냉난방을 함께 고치는 집수리를 진단부터 사후관리까지 지원하고, 고친 뒤에도 세입자가 쫓겨나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④ 소비|사는 것 말고도 방법이 있는 도시

수리·재사용·공유 서비스를 늘리고, 소비자 실천에 맡기던 폐기물 정책을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는 순환경제로 옮깁니다.


⑤ 시간|가까운 곳에서 해결하는 도시

필요한 생활서비스를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다만 야근 같은 장시간 노동에서 나오는 시간 부족은 도시 정책만으로 풀기 어려워,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함께 필요한 숙제로 남습니다.


우리 동네는 어떤지 궁금하다면? 점검을 돕는 5가지 질문!

- 집에서 직장이나 학교까지 자동차 없이 갈 수 있는 길과 교통편이 있나요?
- 학교나 구내식당, 동네 식당에서 채식이나 지역 농산물 메뉴를 고를 수 있나요?
- 집의 난방과 냉방을 바꾸려 할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나요?
- 고장 난 물건을 고치거나 빌려 쓸 수 있는 수리·공유 공간이 동네에 있나요?
- 장보기, 병원, 돌봄 같은 일상의 볼일을 집 가까이에서 해결할 수 있나요?


5개의 질문에 ‘아니오’가 많다면, 우리 동네에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줄일 수 있는 탄소에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내 배출량이 궁금하다면 ‘1.5℃ 라이프스타일 계산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지연 기후시민팀 연구원

편집자주
탄소를 줄이면서 삶의 질도 함께 높이는 도시. 멀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해외 여러 도시에서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지금까지의 기후정책만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민선 9기 지방정부가 새롭게 출범한 지금이, 기후도시로의 전환을 위한 새판을 짤 수 있는 시기입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 변화를 먼 미래의 구호가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로 계속 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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